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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역사 유적지]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카티푸난(KKK)에게 재판을 받았던 곳(Bonifacio Trial House)

by 필인러브 2019.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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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서 카윗과 탄자 지역을 지나 마라곤돈(Municipality of Maragondon)까지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차가 무척이나 막혀서 D에게 이곳에 가보자고 제안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편이 빨랐으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차가 막혔다. 길 공사 중이라 도로를 온통 헤집어두어 차선이 반으로 줄어 있는데, 어떤 영문인지 오토바이 수십 대가 몰려다니니 차가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 퓨어골드 쇼핑몰 앞에 이르러서는 흡사 커다란 주차장 안에 앉아 있는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그럭저럭 '무세오 낭 빠글라티스 니 안드레스 보니파시오(Museo ng Paglilitis ni Andres Bonifacio)'에 도착했을 때는 와보고 싶었던 곳에 왔음이 기쁜 것인지 아니면 차에서 내린다는 것이 기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은 1889년에 지었다는 이층집이었다. 백 년도 훨씬 전에 지은 집이지만, 아직도 온건히 서 있을 정도로 잘 지어진 목조 저택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의 집을 지으려면 꽤 돈이 드는데, 그 옛날 이렇게 집을 지었다면 집주인은 정말 부자였을 터였다. 하지만 이 집이 유명해진 것은 건축 연도가 오래되었거나 집주인이 부자였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무세오 낭 빠글라티스 니 안드레스 보니파시오(Museo ng Paglilitis ni Andres Bonifacio)'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흔히 보니파시오 트라이얼 하우스(Bonifacio Trial House)라고 부르는 이 집은 필리핀의 국가 영웅인 안드레스 보니파시오(Andres Bonifacio)의 재판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파시오는 이 집에서 카티푸난(KKK)에게 재판을 받았고, 반역죄라는 죄명으로 분티스 산(Mt. Buntis)으로 끌려가 처형당했다. 1897년 5월 10일의 일이었다.


이 집은 원래 로데리코 레예스(Roderico Reyes)라는 사람의 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와 어떤 관계였는지, 어쩌다가 필리핀의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카티푸난에게 자신의 집을 임시 군사재판소로 내주게 되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암튼, 례예스 가문의 후손들은 마라곤돈을 떠나 마닐라로 이주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Roderico Reyes Ancestral House'라고 부르던 이 집을 매매에 내놓게 되었고, 이를 필리핀 국립 역사위원회(NHCP. National Historical Commission of Philippines)에서 인수하여 박물관으로 개조한 뒤 2014년 11월 28 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였다. 박물관 내에는 당시 재판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을 기념하는 디오라마 실물 모형 시설이 있고, 박물관 큐레이터가 상주하여 있다가 시설 안내를 해주는 데다가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재판과 죽음에 관한 간단한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타갈로그어로 되어 있는 데다가 화질이 별로 좋지 못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슬픈 것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국가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보니파시오의 직접적인 흔적은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때 반역자로 몰렸던 까닭에 유품 하나 남지 않은 것일까. 명색이 보니파시오 박물관인데 보니파시오가 입었던 옷가지 하나 전시되어 있지 않으니 아쉬운 일이다. 전시물로 쓸 물건이 없다고 해도 조명이라도 환하게 해두었으면 좋으련만, 예나 지금이나 영웅이 영웅 대접을 제대로 받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톤도 출신의 위대한 평민,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와 카티푸난(KKK)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에밀리오 아기날도의 독립선언과 미국의 배신

[필리핀 역사 유적지]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처형당한 곳(Andres Bonifacio Shrine and Eco-Park)




무세오 낭 빠글라티스 니 안드레스 보니파시오(Museo ng Paglilitis ni Andres Bonifacio)


카비테 마라곤돈에 있는 보니파시오 재판소(Bonifacio Trial House)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로 학생들이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종종 방문한다는 곳이다. 박물관 바로 근처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처형당했다고 추정되는 장소로 보니파시오 쉬라인 앤 에코파크(Andres Bonifacio Shrine and Eco-Park)라는 이름의 유적지도 있지만, 에코파크까지는 도로 사정이 열악하여 방문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빠글라티스(Paglilitis)는 타갈로그어로 재판을 의미한다. 


■ 입장료 : 무료 

전화번호 : +63.917.553.7375

■ 운영시간 : 오전 8시 ~ 오후 4시 (월요일 휴관)





■ 주소 : Col. C. Riel Street. Municipality of MaragondonCavite City. Philippines

■ 위치 : 필리핀 카비테, 마라곤돈 






필리핀 카비테, 마라곤돈 



▲ 무세오 낭 빠글라티스 니 안드레스 보니파시오(Museo ng Paglilitis ni Andres Bonifacio)





▲ 보니파시오의 죽음에 대해 간단히 설명되어 있다. 



▲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곳에서 방명록에 이름만 쓰고 들어가면 된다. 




▲ 문 손잡이가 인상적이다.  




▲ 1층 전시공간 





▲ 2층 전시공간 




▲ 당시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 보니파시오의 재판 모습을 재현해 두었다. 음성도 나온다. 





▲ 왼편의 책상에 앉은 사람이 보니파시오이다. 그 옆에 앉은 여자분은 보니파시오의 아내였던 그레고리아 데 헤수스(Gregoria de Jesus)이다. 




▲ 설명이 타갈로그어로 되어 있어서 좀 아쉽다. 



▲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자필 서명이라고 한다. 



마닐라에서 카비테 마라곤돈으로 오가는 길





▲ 이런 상태로 계속 있으면 성격이 나빠진다.  



 ▲ 음식점(Eatery)



▲ 이 주변으로 공사현장이 많아서 그런지 작은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 비슷한 아파트먼트가 눈에 띄었다.



▲ 이 바랑가이 홀을 질릴 때까지 보고 있어야 했다. 



▲ NAIC 




▲ 드디어 마라곤돈에 도착했다. 




▲ 트라이시클의 오토바이 좌석 



▲ 차가 많이 막히지만, 그래도 신기한 오토바이가 많이 보여서 덜 지루했다. 





[필리핀 역사 유적지]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카티푸난(KKK)에게 재판을 받았던 곳(Bonifacio Trial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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