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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역사·정치

[필리핀 정치] 알란 피터 카예타노와 엑스맨, 그리고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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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는 엑스맨(X-Men)이라고 부르려고 했지만, 논의 끝에 'BTS 사 콩그레소(BTS sa Kongreso)'가 최종 선택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단체이든 원하는 이름을 붙일 권리가 있습니다.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그룹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입니다"   - 필리핀 하원의원, Mike Defensor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필리핀 팬들이 크게 분노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작년 10월까지 하원의장을 지낸 알란 피터 카예타노가 정치 그룹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 그룹의 이름을 '의회의 BTS(BTS sa Kongreso)'라고 지었기 때문이다. BTS 팬활동을 하지 않는 나도 감히 누굴 건드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필리핀 아미 팬들은 오죽하겠는가. 팬들은 "3개월 전 하원의장 자리를 잃은 카예타노 의원이 BTS의 이름을 정치 활동에 이용하려 한다"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런데 사실 이 일이 이렇게까지 큰 이슈가 된 것은 알란 피터 카예타노가 거물급 정치인인 데다가 아직 뇌물 수수 의혹을 완전히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골의 바랑가이 캡틴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어느 조용한 시골의 바랑가이 캡틴이 동네 일을 보면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면 농담으로 웃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 세습이나 족벌 정치에 대한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필리핀이다. 알란 피터 카예타노(Alan Peter Cayetano)는 정치 명문가의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상원의원인 아버지 아래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정계에 들어섰다. 그는 1993년에 필리핀 UP대학교를 졸업했는데, 1992년에 이미 타귁 지역의 의원으로 활동했다. 정치 입문 당시부터 '최연소 의원'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상당히 주목을 받으며 정치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집안의 막대한 재산과 정치력을 배경으로 쉼 없이 화려한 정치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그 정치 경력에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안의 힘이 컸다. 카예타노는 누나와 남동생, 그리고 아내까지 모두 정치인인데, 아내인 마리아 라니 카예타노(Maria Laarni Cayetano)는 현 타귁시 시장이며, 누나인 피아 카예타노(Pia Cayetano)도 상원의원직을 맡고 있다. 견고한 부와 권력을 배경으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등을 두루 역임한 뒤, 2016년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14.38%의 표를 얻고 낙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두테르테 대통령 내각에서 외무장관으로 재직했으며, 2017년 외무장관 재직 당시 필리핀 외무부 장관 자격으로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9년 7월 22일에는 하원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의장에 이어 네 번째로 강력한 자리이다. 물론 실제 권력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대통령 유고 시 권력의 승계를 생각해보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임은 틀림없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잔여임기를 승계한다. 부통령과 대통령이 모두 없으면 상원의장이 대통령이 일을 맡는다. 혹 상원의장도 사망한 상황이라면 하원의장에게 권한이 승계된다.)  필리핀에서 하원은 인구 25만 명당 1개 선거구를 두고 선출된다. 전체의 20%는 직능단체 대표와 소수정당 추천인으로 구성되는데, 선거구 구성에 따라 전체 인원이 조금씩  달라진다. 2020년 10월 현재 활동 중인 하원의원은 총 299명으로,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만 하원의장으로 선출된다. 그런데 작년 10월 13일 선거에서 알란 피터 카예타노는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잃고 하원의장직을 사임하게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BTS 필리핀 팬들이 "정적인 알렌 벨라스코에게 의장직을 내놓고 물러난 카예타노가 BTS의 유명세를 이용해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알란 피터 카예타노가 여론의 몰매를 맞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필리핀에서 제30회 동남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당시 알란 피터 카예타노 의원은 동남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PHISGOC; Philippine SEA Games Organizing Committee) 위원장을 맡았었는데, SEA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대회 개회식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 뇌물수수 사건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비리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되었다. 그뿐인가. 작년 마닐라에 격리조치가 한창이던 때, 자신이 마치 프론트 라이너인 것처럼 "우리가 너희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우리를 위해 집에 있어 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여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방탄소년단(BTS)의 필리핀 팬들이 알란 피터 카예타노가 국회의 BTS 어쩌고 하는 소리를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 프론트 라이너 : 의료 최전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


출처 :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 (Philippine Daily Inquirer)

BTS 사 콩그레소(BTS sa Kongreso) 7명 

- Alan Peter Cayetano : Taguig City-Pateros 1st District Representative
- Luis Raymund “LRay” Villafuerte Jr  :  Camarines Sur 2nd District
- Dan Fernandez  : Laguna 1st District
- Raneo Abu :  Batangas 2nd District
- Mike Defensor :  Anakalusugan
- Jose Antonio Sy Alvarado  : Bulacan 1st District
- Fredenil Castro : Capiz 2nd District

필리핀 마닐라의 장난감 가게에서 판매되는 BTS 인형. 팬심은 이런 고가의 인형도 팔리게 만든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Hon. Defensor, Michael T.
www.congress.gov.ph/members/search.php?id=defensor-m
· New House bloc emerges, but K-Pop fans react: Don’t use name of ‘BTS’

newsinfo.inquirer.net/1383138/new-house-bloc-emerges-but-k-pop-fans-react-dont-use-name-of-bts
· Lacson: ‘Wrong to assume we’re accusing Phisgoc of corruption’
https://newsinfo.inquirer.net/1196115/lacson-wrong-to-assume-were-accusing-phisgoc-of-corruptionMinutes after · lawmakers ousted him, Cayetano 'resigns' as Speaker

https://www.rappler.com/nation/cayetano-resigns-minutes-after-velasco-election-house-sp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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