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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민국] 돈 많은 스페인 사람이라도 필리핀 체류는 권리가 아닌 특권

by 필인러브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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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죄는 괘씸죄라는 말이 있다. 괘씸죄는 법전에는 적혀 있지 않은 죄명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없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죄명이다. 최근 필리핀 이민국(BI)에서는 필리핀에 거주하던 스페인 사람 한 명을 영원히 입국 금지했다. 공무집행방해죄 정도면 모를까, 이 스페인 사람이 누구에게나 비난받을 법한 중범죄를 저질렀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필리핀 사람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무언가 괘씸한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 이 스페인 사람의 이야기는 필리핀 국민들 상당수의 공분을 샀다. 


지난 4월 23일의 일이다. 사건 당사자인 하비에르 살바도르 빠라(Javier Salvador Parra) 씨는 마카티 지역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비싸다는 다스마리냐스 빌리지(Dasmarinas Village) 안에 살고 있었다. 마카티 그린벨트에서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릿 방향으로 있는 이 빌리지는 월세가 최소 5백만 원은 넘는다는 동네이다. 하비에르 씨가 사는 집은 이 부자 동네 안에서도 제법 넓은 정원을 가진 주택이었다. 더운 한낮이었고, 하비에르 씨는 가정부에게 마당에 나가서 화초에 물을 주도록 했다. 사건의 발단은 가정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동네 순찰 중이던 직원이 가정부에게 마스크를 쓰던지 집 안으로 들어갈 것을 권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까지 동원된 다툼이 발생했다. 하비에르 씨가 마당으로 나와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하비에르 씨와 경찰 사이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하비에르 씨 입장에서 보면 마당에서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경찰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경찰에게 거친 언행을 보여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누군가 경찰과 하비에르 씨가 다투는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는데, 이 동영상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개인 공간인 사유지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의 문제와 경찰의 합당한 지시에는 순응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의 이야기는 둘 다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필리핀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천 명을 넘기고 있었으니, 메트로 마닐라 지역을 비롯하여 필리핀 곳곳에 강화된 지역사회 격리조치(ECQ)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참 논의되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경찰 다가가서 격렬하게 항의하는 하비에르 씨의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경찰이 체포영장도 없는 상황에서 하비에르 씨를 땅바닥에 눕혀 진압하려 했던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살바로르 씨가 시종일관 매우 무례한 태도로 경찰을 대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하비에르 씨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고 대체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SNS상에서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마카티 경찰은 사건 조사에 나섰다. 하비에르 씨가 사유지라고 주장하던 공간이 실상 빌리지 내 공간이었다는 주장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어지간히 인심을 잃고 있었는지 페이스북에는 하비에르 씨가 원래 무례한 행동을 잘하곤 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퍼졌다. 페이스북에 떠도는 소문을 무조건 믿기란 어려워서 하비에르 씨가 정말 무례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행동이 빠른 사람임은 틀림없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사흘 뒤, 하비에르 씨는 필리핀 법원이나 이민국에서 정식으로 고발하기 전 재빨리 카타르 항공의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 (Doha)를 거쳐 고향인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동영상 속 여자와 혼인 관계이면 모를까, 외국인은 필리핀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돌아오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건 이후 종적을 완전히 감춘 상태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가 당시 술에 취해 있었으며 필리핀 체류 비자의 기간이 만료된 상태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건 당사자가 사라진 뒤였다.  


"호화로운 빌리지 살든빈민가 살든 법을 지켜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There is no exemption, whether you are living in a posh village, or in a slum area, you must obey the law.)


사건이 난 지 50일이 훌쩍 지난 어제, 하이메 모렌테 이민청장은 하비에르 살바도르 빠라 씨가 다시는 필리핀에 입국할 수 없도록 그의 이름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고 정식으로 공지했다. 필리핀 이민국(BI)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에서 하비에르 씨에게 5월 21일까지 항의진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하였지만, 아무런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국외에 있다고 하여도 변호사를 통해 충분히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아직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안하다'와 '수고한다'는 말 몇 마디만 했어도 그냥 지나갔을 법한 일이 재입국 금지 조치까지 내려질 정도로 커진 것은 필리핀에서 이런 종류의 일은 경찰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필리핀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거나 경찰에게 욕을 몇 마디 한 것 정도로 실형을 살게 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간단한 벌금형 정도의 처벌을 받을 뿐이지만,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민법 위반 혐의로 강제 추방하면 해결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이번 일에 있어 필리핀 이민국의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강하다. 외국인들에게 있어 필리핀 체류는 권리가 아닌 특권이며, 필리핀의 법과 권위를 무시하는 외국인은 필리핀에 머무는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경고장을 받기 전에 그냥 경찰이 마스크 착용을 권유할 때 협조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이민국] 입국 금지를 당한 외국인 7,724명 중 180명이 했다는 행동은?




필리핀 이민국 본청



 앙헬레스 이민국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Bureau of Immigration, Republic of the Philippines

https://www.facebook.com/officialbureauofimmigration/photos/a.149788088493240/1720203411451692/?type=3&theater

· Spanish national in village fracas with Makati cop now facing deportation

https://newsinfo.inquirer.net/1279620/spanish-national-in-village-fracas-with-makati-cop-now-facing-deportation

· Javier Parra 'perpetually banned' from the Philippines

https://www.rappler.com/nation/263936-javier-parra-perpetually-banned-philippines

· Police officer tries to arrest man at posh Makati village over quarantine breach

https://www.youtube.com/watch?v=5mMw091VaD8

· BI bans rude Spaniard from returning to PH

https://www.pna.gov.ph/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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