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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쇼핑몰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받기

by 필인러브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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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접종하는 백신은 브랜드가 뭔가요?"
"모더나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백신접종센터에 도착하고 나서야 접종받을 백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시노백이라고 말하면 그냥 돌아설 요량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직원이 모더나라고 답해준다. 나는 재빨리 펜을 꺼내 건네주는 종이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안내해주는 대로 여기저기 의자를 옮겨 앉으면서 열이나 기저질환이 없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연거푸 답을 했다. 그리고 나 때문에 핸드폰 게임을 중단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한 의사 아저씨 앞에서 대단히 형식적인 문진을 마치고 나서야 대기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요즘 마닐라에서는 백신접종증명서가 없으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일도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깟 커피 정도야 마시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백신접종증명서가 없다고 행동의 반경이 좁아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마카티 시티 쪽으로 백신접종을 신청해놓고 나서야 마카티 내 백신접종센터가 여덟 곳이나 있음을 깨달았다. 이왕이면 글로리에따 쇼핑몰로 가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를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글로리에따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오랜만에 그린벨트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고 들어오리라 생각하며 즐겁게 집을 나섰다. 

밖에는 찌는 듯 더웠지만 글로리에따2 쇼핑몰 안에 마련된 백신접종소는 시원하고 쾌적했다. 산뜻한 하늘색 방호복을 챙겨 입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에 들어가 보니, 방문객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파식시티의 백신접종센터와는 대기석 의자 수부터 반창고까지 시설 차이가 많이 났다. 한 시간 정도 서 있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직원의 안내를 받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것과 언제 내 차례가 올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마닐라 베이와 혼다 베이의 색감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주사기 바늘을 어깨에 꽂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파식 시티 백신접종소에서는 아침 먹을 때 가서 점심 먹을 때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카티 그린벨트에 마련된 백신접종소는 도착 후 백신접종까지 3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파식 시티에서 운영하는 백신접종소에 갔을 때는 복용법에 대한 안내문 하나 없이 여러 가지 약들과 일회용 포장된 분유를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것을 보고 조금 황당했었는데, 마카티 백신접종소 직원은 약의 이름은 무엇이며, 언제 약을 먹으면 좋은지 복용법을 상당히 세심하게 알려준다. 참, 사진 촬영에 대한 자세도 다르다. 파식 시티의 초등학교에서는 백신접종을 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게 했는데, 마카티에서는 다들 인증 사진을 찍느냐고 바쁜 모습이다. 덕분에 나도 슬그머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왼팔에 둥그런 반창고를 붙이고 집으로 돌아오며 백신접종도 부자 동네에 가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곳이나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하셨기에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파식 시티에서 운영하는 백신접종소를 두 곳이나 다녀온 터라 시설을 비교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마카티는 필리핀 감사위원회(COA)의 연례 회계 보고서에서 필리핀 내에서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은 부유한 지방정부(LGU)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는 도시이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백신접종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이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시설의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사를 가려면 부잣집 행랑 근처로 가라는 옛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닌 듯했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Makati City). 마카티는 필리핀 경제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흔히 한국의 강남이라 칭하기도 한다.    
마카티 글로리에따 쇼핑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 
원래 각종 행사를 하던 곳이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이렇게 백신접종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백신접종센터 공간 안으로 들어가려면 Makati Contact Tracing(U Make Makati Safe) 앱에 등록하여 QR코드를 받아야 한다.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 것인지 방문객보다 직원이 더 많이 보였다.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종이를 작성하는 것이다. 
스텝 1부터 스텝 5까지, 거쳐야 할 스텝이 많다. 
이날 2차 접종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고 했다. 
간단한 문진까지 마치고 나면 이곳에 앉아 순서가 오길 기다리면 된다.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다 보면 마카티 시의 홍보 비디오도 재밌게 느껴진다. 
백신 접종을 하는 분이 셀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앞에 앉은 여자분이 찍어주고, 나는 또 그 사진을 찍었다.  
모더나 백신이라고 백신 이름이 크게 적혀 있다. 
마카티 시티의 백신접종카드. 정식 명칭은 COVID-19 Immunization record card 이다. 
카드라고 부르기는 해도 신용카드 크기가 아니고, 가로길이가 대략 한 뼘 길이는 된다. 큼지막하여서 글씨가 잘 보여 좋기도 하지만,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답게 백신접종소 한쪽으로 포토존 만들기를 잊지 않는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파라세타몰 알약을 10개 받았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쇼핑몰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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