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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루손섬 봉쇄 이틀째,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착한 움직임

by 필인러브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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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맛뽀(고맙습니다)! 비타민 드세요!"

루손섬 봉쇄 이틀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을 봉쇄 중이라고는 하지만 약국이나 슈퍼, 시장 등은 문을 열었다.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은 안 되지만, 음식 배달은 된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천 원 남짓 배달료만 주면 집에서 편안하게 따뜻한 피자를 먹을 수 있다. 직업이라고는 해도 이런 시국에도 일하시는 분들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 피자 배달을 받으면서 배달 아저씨에게 주스를 한 봉지 가져다드리고 나는 비타민을 배달왔다고 농담을 했더니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하시면서 밝게 웃으셨다.


가난이 죄라고, 필리핀 사람들은 어지간히 아파서는 병원에 가지를 않는다. 약국은 항상 붐비지만, 처방전 약보다는 비타민을 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비타민 회사에서 광고를 어찌나 잘했는지, 비타민을 만병통치의 명약으로 여기는 사람도 꽤 많다. 병원비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지만, 병원을 가는 일은 가장 나중의 일이다. 그러니 한참 뒤에 치료 시기를 놓치고야 병원에 가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처럼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하는 이야기가 입에서 쉽게 나오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하긴, 약은 무슨 약인가. 약은 고사하고 한 끼를 먹으면 다음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필리핀 빈민층이다. 최하층 빈민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마닐라 톤도의 바랑가이(Barangay 69)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필리핀 보건부에서는 확진자를 바로 마닐라 닥터스 호스피털(Manila Doctor’s Hospital) 병원으로 옮기고 확진자가 살던 지역을 봉쇄했다고 발표했지만, 확진자가 대체 어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발급조차 어려울 터이니 중국 우한을 다녀왔을리는 만무하고, 대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난 것일까.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이웃으로 더불어 살던 여덟 가족이 모두 좁은 골목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별도리가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의견에 따르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정신질환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활동반경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두어 달 가까이 우울한 뉴스를 잔뜩 보았더니, 나도 모르게 좀 마음이 울적해졌다. 하지만 보기 좋은 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필리핀 사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이런 와중에도 꼭 인증샷을 남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마스크 때문에 미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눈만 봐도 웃고 있음은 바로 알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다시 예전처럼 자전거를 타고 마닐라 동네방네를 돌아다닐 때가 와도 지금을 잊지 않기 위해 어제오늘 본 뉴스 중 듣기 좋았던 이야기를 적어두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시기에도 서로 돕고 있다는 뉴스는 언제봐도 흐뭇하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뉴스는 의사나 간호사 등 보건근로자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가 제공된다는 소식이다. 현재 마닐라에는 택시부터 버스까지 대중교통 수단의 이용이 모두 중지되었다. 루손섬 봉쇄 첫날, 한 시간 넘게 걸어서 병원에 출근했다는 간호사의 이야기가 신문에 보여서 대체 그렇게 출근하여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걱정을 했었는데 매우 다행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뉴스는 기업체의 기부이다. 초창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기부하기의 착한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글로브며 스마트와 같은 통신사와 메랄코 전기회사, 마닐라워터 수도국에서는 요금 납부 기한 30일 연장에 나섰다. 납부 면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금 납부 기한을 늦춰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 바깥출입이 어려운 이때 수도가 끊기고,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일인데, 최소한 한 달은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졸리비, 차오킹, 망이나살, 버거킹과 같은 유명 음식점은 물론이고 작은 레스토랑에서까지 음식을 만들어서 병원이나 검문소 등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뉴스도 꾸준히 보이는 뉴스이다. 사실 이렇게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 당장 곤란해지는 사람은 레스토랑 업주 등과 같은 소상공인이다. 쇼핑몰이 문을 닫는 것은 단순히 갈 곳이 없다는 정도에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가게 주인에서부터 종업원, 서비스 제공업체, 보안업무자 등 무수히 많은 사람의 생계가 어려워진다. 필리핀 사람 중 대다수가 서민 혹은 빈민층이라 저축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런 와중에 아얄라 그룹(Ayala group)에서 루손섬 지역사회 봉쇄‧격리조치 기간인 3월 16일부터 4월 14일까지 아얄라몰의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다. 아얄라 그룹의 창업주인 제이미 조벨 드 아얄라(Jaime Zobel de Ayala)는 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필리핀 최고의 부자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돈이 많다고 하여 14억 페소(약 340억)나 되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쪼록 아얄라가 시작한 임대료 면제의 기운이 필리핀 곳곳에 퍼져나가 필리핀에도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분이 잔뜩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엘리베이터에 등장한 엑스 표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표시이다. 


▲ 배달하시는 분 중에는 장갑을 끼고 다니시는 분도 많다. 방역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무척 더울 터인데 싶기도 하고, 저 장갑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 노력은 고맙다.   


▲ "저는 여기서 여러분을 위해 일할게요! 여러분은 제발 우리를 위해 집에 계세요!(I Stayed at Work for YOU! Please Stay at Home for US!)" 집에만 있는 것이 좀 답답해도, 공연히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사진이다. (사진 출처 : PhilippineSTAR)


▲ 일로코스 노르테(Ilocos Norte)에서는 가정주부들이 모여 재봉틀을 잡았다. 이분들이 만든 면 마스크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사진 출처 : Philippine News Agency


▲ 골디락스(Goldilocks Bakeshop) 빵집에서 마카티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보냈다는 기부품 (사진 출처 : My Makati


▲ 파시그 시티(Pasig City)에서는 코로나19 봉쇄로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1억 5,000만 페소(36억)의 예산을 할당했다. 비코 소토(Vico Sotto) 파시그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파시그에 사는 40만 주민들은 쌀과 통조림을 구호 물품으로 받게 된다.  (사진 출처 : Vico Sotto 페이스북


▲ 소르소곤(Sorsogon City)에서 64개 바랑가이 입주민에게 전달한다는 구호 물품. 5kg의 쌀과 통조림, 그리고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지만, 필리핀에서는 구호 물품에 비타민도 종종 들어간다. (사진 출처 : 비콜뉴스) 


[필리핀 마닐라 생활] 루손섬 봉쇄 이틀째,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착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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