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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항공 역사] 마닐라공항 이야기 - ⑥ 마르코스가 피신했다는 곳, 클락국제공항의 역사와 신규 확장사업

by 필인러브 2019.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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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8만 개 규모의 땅을 99년 동안 무상 임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요즘이야 어느 누가 땅을 임대료 없이 사용하도록 허락할까 싶지만, 1947년 필리핀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였다. 1946년 7월 4일 미국으로부터 독립 승인을 얻은 필리핀은 1947년 3월에 미군과 매우 중요한 협정을 체결하는데, 20만 헥타르 규모의 군사기지를 99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협정이었다. "필리핀과 미합중국 사이 군사기지에 관한 협정(Agreement between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concerning Military Bases)"이라는 이름의 이 협정을 보면 무려 6페이지에 걸쳐 클락의 공군기지와 수빅의 해군기지 등 군사 기지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임대 기간 99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로써는 최선의 결정이었을지 모르지만, 마누엘 로하스(Manuel A. Roxas) 대통령이 집권한 시절 미군과 맺은 이 협정은 두고두고 필리핀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1966년도에 이르러 임대 기간을 25년으로 줄이고, 1979년도에는 기지 시설 규모를 줄이면서 기지 사용료를 지급받기도 했지만 이미 빌려준 땅을 되돌려 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1991년 6월 15일, 피나투보 화산(Mount Pinatubo)이 폭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서는 화산 폭발의 정도에 따라 화산 폭발 지수를 0부터 8까지 나누는데, 숫자가 하나 올라가게 되면 폭발 파급력이 10배나 더 세지게 된다. 그런데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화산폭발지수 6에 해당하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화산재 피해가 커지자 미군은 2만 명 이상의 미군과 가족을 긴급대피 시킨 뒤 군사기지를 필리핀으로 반환하고 미국으로 철수했는데, 그때 반환한 공군기지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클락국제공항(Clark International Airport)이다.


# 해럴드 클라크 소령 

클락국제공항에 있어 미군이란 존재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 클락공항이란 이름부터 '해럴드 클라크(Harold M. Clark)'라는 미군의 이름에서 유래된다. 미네소타 출신의 해럴드 클라크 소령은 하와이에서 첫 비행기 조종사였다는 인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1919년에 파나마 운하에 갔다가 비행기 사고로 전사하게 된다. 클락크 소령이 한참 활약하던 1902년 경의 일이다. 미군이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넓은 초원을 가진 클락과 앙헬레스 지역이 물망에 올랐다. 말의 먹잇감이 될만큼 풀이 가득한 초원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 클락에 요새를 만들었는데 그중 일부를 비행장(Clark Air Field)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클라크 소령이 전사한 그 해, 미군은 헤럴드 클라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공항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클락공항은 1930년대까지 미국이 무기 수송을 하는 데 사용했지만, 1942년 일본이 침공하면서 일본군의 소유가 되어 일본의 식민 통치 기간(1942년~1945년)에 일본군을 위한 비행장으로 사용되었다. 1945년 1월에 미군은 클락공항을 다시 탈환했고, 그 후 1991년까지 미군의 주요 중심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화산폭발이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뜻하지 않게 미군에게 클락공항을 돌려받은 필리핀 정부는 파괴된 시설을 재건해야 했는데, 화산폭발의 피해 흔적을 없애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델 라모스(Fidel Ramos) 전 대통령은 클락 주변을 클락자유경제구역(Clark Special Economic Zone)으로 개발하자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여 지역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2002년도 이르러 드디어 클락공항이 항공운항을 시작하는데, 국제 화물을 취급하는 미국 회사인 유피에스(United Parcel Services)의 화물 항공이 첫 운항이었다. 여행 수송은 2003년도부터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 아시아나항공에서 한국으로 전세기를 운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미군에게 돌려받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미군이 머물던 당시 치밀한 도시계획에 따라 도시를 개발한 덕분에 현재 클락은 필리핀의 다른 어떤 곳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갖추고 있다. 인근 도시와 연결되는 도로도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인데, 수빅까지도 SCTEx(Subic-Clark-Tarlac Expressway)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마닐라까지는 NLEx(North Luzon Expressway)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클락공항은 마닐라공항에서 약 1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고속도로 시설도 잘되어 있지만, 마닐라 시민들이 클락공항까지 가는 길이 쉽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메트로 마닐라 내에서의 차량 정체가 워낙 심한 까닭이다. 다행히 두테르테노믹스(Dutertenomics)에 따른 필리핀의 교통인프라 구축 계획에 따라 NLEX-SLEX 고속도로 연결 도로공사와 NSCR 철도 프로젝트(North-South Commuter Railway system)사업 등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공항까지 접근성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클락공항에 항공권 특가가 나와도 마카티나 파사이 쪽에 사는 사람들이 흔쾌히 여행 가방을 꾸리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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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락공항 여객터미널 확장 공사(New Clark Airport Terminal) 


마닐라공항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클락국제공항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이 아이디어는 클락공항을 이용하는 각 항공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퍽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포화상태인 마닐라공항의 활주로 사용권을 얻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필리핀항공이니 에어아시아, 세부퍼시픽 등에서 클락공항을 중심으로 신규 노선 운항을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락공항의 연간 여객 처리능력이 4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니, 클락공항 밀어주기 전략이 완전히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클락공항에서는 공항세(Terminal Fee)를 공항 터미널에서 받는데 이 공항세를 내는 줄조차 매우 길어 엄청난 혼잡을 보여주기 일쑤였다. 클락공항까지의 접근성 문제야 장차 개선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공항 여객터미널 시설이 협소한 것에 대해서는 해결되어야만 했다. 그러니 공항의 여객 수용 규모를 늘리기 위해 새로 여객터미널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클락공항에서는 필리핀 경제개발청(NEDA. 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재빠르게 공사에 들어갔다. 


클락국제공항공사(CIAC, Clark International Airport Corporation)의 발표에 따르면 클락공항 확장 공사 계획(Clark International Airport expansion project)은 100,000스퀘어 미터 규모의 새로운 터미널 건설과 활주로 확장을 주요 사업구성으로 하는데, 공사가 완공되면 연간 8백만 명의 인원을 추가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무려 56.1억 페소가 든다는 이 공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전에 시공을 마치겠다는 목표로 꽤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데, 벌써 공사가 70% 정도나 진행된 상황이다. 클락국제공항공사에서는 공사를 마치는 대로 내년 2020년 중반 정도에 새로운 여객터미널을 개장할 예정이다. 


그런데 클락 공항의 활용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새로 공항을 짓는 것이었다. 마닐라 근교에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공항을 새로 지으면 마닐라공항 근처의 고질적인 차량정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고, 클락공항 활용보다 신공항의 건설이 더 탁월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항을 새로 만드는 일은 큰 비용이 드는 데다가,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으니 진행이 쉽지 않았다. 마닐라 국제공항 확장 건설 사업(New Manila International Airport Project)는 장소의 선정부터 상당히 많은 소문이 나돌았지만, 신공항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 대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란 어려웠다. 마닐라공항을 대신할 신공항 부지로 어디가 최선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중에서 불라칸(Bulacan)과 카비테의 상글리 포인트(Sangley Point) 두 지역이 후보지에 올랐다. 






▲ 클락공항이 Military Airlift Command(MAC) Terminal 로 운영되던 시절의 사진 (출처 : 클락공항 페이스북)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1991년 6월 15일에 일어났지만, 미군 공군에서는 이미 4월부터 화산 폭발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항공기 조종사가 피나투보 화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여 화산 폭발이 임박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라고 해서 화산 폭발까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화산 폭발 사고 이후 1991년 11월 26일 클락 공군기지가 철수했고, 1992년 10월 1일에는 수빅 해군기지가 철수했다.




▲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대통령에게 클락 미군 기지는 꽤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민중봉기에 의해 궁지에 몰린 마르코스가 피신처로 택한 곳이 바로 클락 미군 기지였던 것이다다. 1986년 마르코스는 클락공항을 통해 하와이로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 한때는 클락공항을 놓고 디오스다도 마카파갈(Diosdado Pangan Macapagal)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국제공항(DMIA. Diosdado Macapagal International Airpor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니노이 아키노의 아들인 베니그노 아키노(노이노이 아키노)가 대통령이 되면서 원래 이름인 클락공항(CLARK INTERNATIONAL AIRPORT)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61년부터 1965년 사이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마카파갈은 부정부패로 악명 높던 대통령이다. 



▲ 2019년 현재 클락공항은 에어스위프트(Air Swift), 에어아시아(AirAsia), 캐세이 드래곤 항공(Cathay Dragon), 세부퍼시픽(Cebu Pacific Air), 에미레이트 항공(Emirates), 진에어(Jin Air), 필리핀항공(Philippine Airlines), 카타르 항공(Qatar Airways), 타이거에어(Tiger Air) 등의 항공사에서 아시아의 주요 도시 및 필리핀 주요 도시에 노선을 가지고 있다. 한국까지는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진에어, 필리핀항공 등에서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 클락공항 국내선 탑승구역. 공항세를 내기 위한 긴 줄을 만나기 쉽다. 




▲ 국내선 탑승 대기 구역 



▲ 클락국제공항에 공사 중인 여객터미널의 조감도 (출처 : 클락공항 페이스북



▲ 클락국제공항 확장사업 진행에 대한 뉴스 (출처 : PTV )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 및 사진을 참고로 작성되었으며, 첨부된 사진의 출처는 표기된 바와 같습니다.

· Agreement betwee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https://www.officialgazette.gov.ph/1947/03/17/message-of-president-roxas-to-the-senate-on-the-agreement-concerning-american-military-bases-in-the-philippines/

· 필리핀과 미합중국 사이 군사기지에 관한 협정 

    https://drive.google.com/file/d/1gX3OJZ6gAB5mdLrVmWBvD02UaiyZhpx3/view?usp=sharing

· New Clark airport terminal 52% complete

    https://www.pna.gov.ph/articles/1065802

· Clark International Airpor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larkAirportPhilippines/

· CLARK INTERNATIONAL AIRPORT FLIGHT SCHEDULE (Effective 01 June 201)

    http://crk.clarkairport.com/downloads/flight-schedule/flight-schedule.pdf




[필리핀 항공 역사] 마닐라공항 이야기 - ⑥ 마르코스가 피신했다는 곳, 클락국제공항의 역사와 신규 확장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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