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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생활•사회•문화

[필리핀 생활] 3모작도 가능한 필리핀이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 된 까닭

by 필인러브 201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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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의 쌀가게

 

필리핀 면적은 약 300,000km²로 우리나라 면적의 약 3배나 된다. 농사를 짓기 어려운 땅이 많다고는 하지만 경작면적도 1000만ha에 달한다. 주식이 쌀이고,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50년 전만 해도 필리핀이 지금처럼 의존적인 쌀 수입국이 되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1960년대만 해도 필리핀 농부의 1인당 농업 생산성은 아시아 평균보다 무려 6배나 높았다. 넓은 경작지에 1년에 3모작도 가능한 기후조건이 만났으니, 농업 생산성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한때 대한민국에 안남미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을 정도로 많은 쌀을 생산하던 필리핀이 어째서 지금은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것일까? 

1970년대 필리핀 정부에서는 자국 농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쌀 수입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쳤다. 수입 쌀에 대해 엄청난 관세를 물리면서 농산물 수출입을 총괄 감독하는 국가 기관인 필리핀 국립식품청(NFA.National Food Authority)의 관리·감독하에 쌀 수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농민들을 보호하고 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는 달콤하게만 들렸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쌀값이 내려가는 일이 일어났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갑자기 자국 내 쌀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쌀을 수입하는 쪽이 이득이라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서 쌀을 수입함으로써 쌀 공급을 조절했다. 직접 농사를 짓는 것보다 쌀을 수입해오는 일이 더 쉽게 보이면서 농업 지원이 뒷전이 된 것은 당연했다. 나중에 이 일이 쌀 공급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은 간과된 채, 벼농사를 위한 관개 면적 확장이나, 수확량이 많은 개량종자를 개발하는 일은 불필요한 일처럼 여겨졌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필리핀 농림부 장관의 평균 재임 기간은 20개월을 넘기지 못했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농업정책이 펼쳐질 수도 없었다. 생산기술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쌀 수확 후 관리시설이나 유통시설에 대한 투자란 먼 나라 이야기처럼만 들렸다.

그런데 2008년도에 전 세계적으로 쌀이 부족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필리핀에 쌀을 수출하던 국가들이 쌀 수출을 거절하자 갑자기 필리핀의 쌀값이 뛰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 태풍이 필리핀 전역을 강타했다. 홍수 피해로 인한 쌀 부족을 해결하지 못해 다급한 상황이 되었지만, 이미 국제 쌀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쌀을 수입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식량 문제를 둘러싸고 민심은 거칠게 들썩였고, 배고픈 시민들이 밥을 달라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자국 생산을 등한시하고 쌀 수입에만 의존하던 필리핀 정부에 갑자기 원활하게 쌀 공급을 할 능력이 생길 리가 없었다. 필리핀 정부는 뒤늦게 쌀 수입 프로그램(Rice Importation Program)을 정비했지만, 한번 어긋난 필리핀 농업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가격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농업을 버린 필리핀은 그렇게 쌀 자급자족을 하지 못하고 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필리핀 통계청(PSA.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의 발표에 의하면 필리핀에서의 쌀값이 계속 올라갈 전망이라고 한다. 4월 들어 쌀 도매가격이 20.55페소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작년 2017년도에 kg 당 18.78페소였던 것을 고려하면 무척이나 오른 가격이다. 쌀 도매가격이 오름에 따라 소매 가격도 올랐다. 현재 쌀 가격은 1kg 당 37.31페소(regular-milled rice)~43.7페소(well-milled rice)로 대략 계산해도 작년 대비 8% 정도 가격이 오른 셈이 된다. 필리핀 국립식품청(NFA)에서는 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이사벨라(Isabela)' 지역에서 쌀 14,000자루를 가지고 와서 마닐라 지역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NFA에서 톤도(Tondo), 말라본(Malabon), 칼로오칸(Caloocan), 마리키나(Marikina), 퀘존 파크웨이 빌리지, 파라냐케(Paranaque), 카비떼 탄자(Tanza) 등에 있는 마닐라의 쌀 도매상에 쌀을 공급하여 kg당 39페소에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마닐라 인구를 생각하면 충분한 공급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필리핀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필리핀의 쌀 재고량은 지난달보다 22% 감소했다.


출처: 필리핀 국립 식품청(NFA) 트위터( https://twitter.com/BIGAS_NFA )
필리핀의 쌀가게

 

 

[필리핀 생활] 3모작도 가능한 필리핀이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 된 까닭 
- 2018년 4월. 필리핀 마닐라.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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