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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생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3년, 필리핀 치안과 범죄율의 변화

by 필인러브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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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도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대통령의 임기 6년 중 절반이 흘러간 것이다. 거친 언행을 일삼아서 '아시아의 트럼프'라고까지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인 범죄와의 전쟁은 그동안 대체 어떻게 흘러갔을까? 


# 법보다 강한 권력 

"여러분의 의무를 이행하십시오. 여러분이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천 명을 죽인다고 해도 나는 여러분을 보호할 것입니다." 

2016년 6월 30일. 필리핀의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Roa Duterte) 대통령은 취임식에서부터 범죄 근절을 부르짖었다. 취임식에서부터 절대 범죄와의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범죄 소탕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음 날 필리핀 경찰청(PNP)에 방문하여 다시 한번 마약과의 전쟁을 다짐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두테르테 행정부의 대대적인 범죄 소탕 작전이 시작되었다. 법보다는 주먹을 먼저 앞세운 두테르테 대통령의 범죄 소탕 접근 방식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마약상 등 범죄자를 엄격한 처벌함으로써 치안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는 이도 있었지만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 와서는 그런 기대감과 우려 모두 일리가 있었다고 보인다. 마약 근절에 있어 확실히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인권침해도 분명히 일어났으니 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다바오 시장일 때부터 자신의 도시를 강력하게 다스리기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다바오 시장일 때도 마약 소탕에 힘써왔던 터라 그가 마약 단속을 한다는 것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가 주는 권한은 막강했다. 게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정부에서 껄끄러운 인사를 소탕하거나, 언론인을 탄압하고 빈민을 학살하는 데 유용한 핑계로 사용했다. 필리핀 경찰이 펼치고 있는 마약 퇴치 작전을 의미하는 토캉(Tokhang) 작전이라는 말만 봐도 그렇다. 토캉은 세부 등 비사야(Visayas) 지에서 쓰는 말로 '노크하다(tuktok)'와 '설득하다(hangyo)'가 더해져 만들어진 말이다. 그러니까 토캉이란 마약 단속을 하는 과정에 있어 경찰이며 공무원이 마약 범죄 용의자인 사람들의 집에 방문하여 노크하고 들어가서 항복하도록 만든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범죄를 소탕한다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매 또는 마약 중독자가 아닌 사람까지 잡아들이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경찰에서 마약 용의자들이 있다고 판단되는 동네에 급습하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야간에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을 수상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더위를 피해 골목길에 나오곤 했던 빈민가 주민들에게 밤에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 무서운 일이 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 중독자 또는 마약 거래자에 대해 처벌하면서 적절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변론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즉결 처벌을 당한 사람 중 일부는 선량한 국민으로 밝혀졌다. 마약에 관련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경찰에 고용된 청부업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두테르테 정부의 무자비한 마약사범 단속이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2018년 9월 27일, 두테드테 대통령은 말라카냥 연설에서 "내 잘못이 뭔가? 나의 유일한 죄는 초법적 처형(extrajudicial killings)이다"라는 말을 꺼내기도 하여 파문이 일으켰다. 



# 6,600명과 27,000명 사이 

최근 필리핀 경찰(PNP. Philippine National Police)에서는 지난 3년 동안, 그러니까 2016년 7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3년 동안 진행된 마약 단속의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발표한 숫자에 따르면 관련하여 체포된 사람은 모두 240,565명인데 그중 6,600명만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리핀 인권단체에서는 마약 전쟁 중 희생된 사람이 27.000명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희생된 사람 중 상당수는 마약과 무관한 사람이었다고 폭로하고 있다. 아무튼 필리핀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토캉작전(Oplan Tokhang)'으로 인해 1,283,409명의 용의자가 경찰에 항복하였고, 그 결과 42,045개의 바랑가이(필리핀 최소의 행정단위) 중에서 12,177개의 바랑가이가 마약 근절(drug-free)을 선언했으며, 단 282개의 바랑가이만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마약 복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발표에 대해 뭔가 정보가 왜곡되고 축소된 것이란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마약 단속에 나서기 전 전국의 마약중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발표를 했었는데 이 발표부터 거짓임이 판명되기도 했다. 당시 필리핀 정부에서는 400만 명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공식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180만 명이었으니 정부 정책의 기반이 되는 자료부터 정확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리고 좋은 목표가 나쁜 과정을 용납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약 근절이라는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해결 과정에 있어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과연 그 정책이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필리핀 국민의 반응이다. 2017년 민다나오섬 마라위시에서 이슬람(IS) 추종 단체와 정부군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그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IS 추종세력의 테러 위협을 막겠다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1987년 개정된 필리핀 헌법을 보면 외국의 침입이나 내란 가능성이 있을 때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계엄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될까 하는 우려가 1년 동안 쌓여왔던 철권통치에 대한 불만과 더해져 필리핀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2018년 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토캉 작전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지지하는 사람은 무려 70% 이상 되었다. 같은 해 8월에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3%만이 불만을 표출했을 뿐 78%가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후 2018년 12월 16일부터 19일 사이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필리핀 국민의 78%가 자신이나 자신의 지인들이 초법적 살인의 희생자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가 필리핀의 수많은 거짓 뉴스 중 하나 중 아니라는 가정하에 살펴본다면, 마약 관련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반갑지만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받거나 희생자가 되는 것은 두려워한다고 보인다. 이런 와중에 6,600명이란 숫자만큼이나 흥미로운 필리핀 경찰(PNP)의 발표는 전국 범죄 규모가 일 년 전과 비교하여 감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5월에 발생한 범죄 건수는 총 38,284건인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42,527건)에 비해 10%나 줄어든 숫자이다. 살인, 살인, 신체 상해, 강간, 강도, 도난 등과 같은 종류의 범죄만 따지면 5,744건으로 작년 5월(7,421)보다 무려 22.6%나 줄어들었다. 


필리핀에서 살기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필리핀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처지에서 필리핀의 치안 문제를 묻는다면 이런 숫자를 내밀면서 답하기란 어렵다. 필리핀에서의 범죄율이 줄었으니(혹은 늘었으니) 위험하다 혹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올라온 349개국의 범죄지수(Crime Index Rate)도 마찬가지이다. 치안이 좋다 혹은 나쁘다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일 뿐이며, 우려감에 비해서 안전하다는 말도 현재 안전한 상황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소리이니 어떠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하기 힘들다. 여행객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필리핀 생활 중 치안 문제는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복장을 하고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있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낮에 마카티 그린벨트에 있는 것과 밤에 앙헬레스 워킹스트리트에 있는 것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안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보니파시오나 수빅, 바기오 등처럼 범죄율이 낮아서 치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동네가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결국 그러니 범죄에 노출되지 않게끔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뻔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 국가별 범죄지수 및 안전지수 

온라인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서 확인되는 국가별 범죄지수 및 안전지수는 아래와 같다. 범죄지수는 높을수록, 안전지수는 낮을수록 치안이 불안하다고 보면 되지만 정부 공식 집계는 아니라서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넘베오는 사이트 방문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뒤 순위를 매긴다. 


순위City범죄지수
(Crime Index)
안전지수
(Safety Index)
1베네수엘라 카라카스 Caracas, Venezuela85.4214.58
2남아프리카 공화국 피터마리츠버그 Pietermaritzburg, South Africa83.1416.86
3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Port Moresby, Papua New Guinea81.2118.79
39나이지리아 라고스 Lagos, Nigeria65.0434.96
40필리핀 마닐라 Manila, Philippines64.9435.06
41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Oakland, CA, United States64.8135.19
56오스트레일리아 타운스빌 Townsville, Australia61.4438.56
57필리핀 퀘존 시티 Quezon City, Philippines61.1938.81
117미국 플로리다 탬파 Tampa, FL, United States49.5550.45
118필리핀 세부 Cebu, Philippines49.4350.57
119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Minneapolis, MN, United States49.2750.73
151프랑스 리옹 Lyon, France44.2755.73
152필리핀 일로일로 Iloilo, Philippines44.1455.86
153폴란드 Lodz, Poland44.1455.86
197필리핀 마카티 Makati, Philippines40.5259.48
198스웨덴 Gothenburg, Sweden40.559.5
247대한민국 인천 Incheon, South Korea34.1665.84
248벨기에 Antwerp, Belgium34.0965.91
277대한민국 서울 Seoul, South Korea28.9571.05
290필리핀 다바오 Davao, Philippines27.5672.44
314일본 오사카 Osaka, Japan23.576.5
339홍콩 Hong Kong, Hong Kong18.3481.66
340터키 Eskisehir, Turkey18.1281.88
341스위스Bern, Switzerland17.6782.33
342스위스 Zurich, Switzerland16.8683.14
343아랍에미리트 Dubai, United Arab Emirates16.5983.41
344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Irvine, CA, United States16.5883.42
345독일 Munich, Germany16.5583.45
346타이페이 Taipei, Taiwan14.8785.13
347캐나다 Quebec City, Canada14.7885.22
348카타르 Doha, Qatar11.6288.38
349아랍에미리트 Abu Dhabi, United Arab Emirates10.5489.46

(출처 : https://www.numbeo.com/crime/rankings_current.jsp ) 



▲ 경찰이 발표한 6,600명이란 숫자는 인권 단체 추정한 숫자와 상당히 다르지만, 정확하다고 해도 무척 많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재판과정 없이 그냥 사형시켜 버리는 초법적 살인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면, 그 수가 몇 명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퇴치 운동이 그 과정에 있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 일선 경찰의 시각을 통해 사례를 보려면 '필리핀 경찰영사 사건수첩' 이란 책을 보면 된다. 작년에 나온 이 책은 서울 강남경찰서 112 상황실장으로 일하는 박용증 경정이 2013년부터 4년 동안 필리핀 영사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인데 한인 상대 범죄를 직접 옆에서 지켜본 현장 경험이 매우 세밀하게 적혀져 있다. 필리핀에는 경찰청에서 파견한 경찰 주재관이 총 10명 파견되어 있는데 그중 네 명은 마닐라에 있고, 세 명은 세부에 있다고 한다.  




▲ 두테르테 대통량이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다바오 풍경. 낯선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기억된다. 




▲ 필리핀 앙헬레스 워킹스트리트. 치안이 좋지 않다고 유명한 이곳도 낮과 밤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 및 사진을 참고로 작성되었으며, 기재된 자료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 The latest PNP report on anti-drugs campaign

https://news.mb.com.ph/2019/06/22/the-latest-pnp-report-on-anti-drugs-campaign/

· Philippine Information Agency

https://www.facebook.com/pia.gov.ph/photos/a.784638388230356/2727415253952650/?type=3&theater

· Total crime volume down in May 2019: PNP

https://www.pna.gov.ph/articles/1072470

· This is how to identify an MMDA officer

https://www.autodeal.com.ph/articles/car-news-philippines/how-identify-mmda-officer



[필리핀 생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3년, 필리핀 치안과 범죄율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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