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필리핀 여행하기

(156)
[필리핀 마닐라 생활] 자신감을 주는 대왕 바나나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나도 나이가 든다는 것을 아직 모를 때, 그래서 나이가 듦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만 인식할 때, 어느 어르신이 말씀하시기를 나이가 들어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호기심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보는 기쁨이 줄어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다행인지 혹은 불행인지, 점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지만, 호기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착실히 나이를 먹어가는 이 와중에도 신기한 것을 보게 되는 날이 생긴다. 중국산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모두 수명이 짧은 것은 아닌가 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매일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연일 ..
[필리핀 마닐라 생활] 지루한 월요일과 호두과자 필리핀, 그것도 대도시 마닐라에서 생활하다 보면 호두과자 따위는 까맣게 잊고 만다. 게다가 나는 개인적으로 호두과자를 즐겨 먹는 편도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매우 간단하다. 일단 그 맛이 내 취향이 아니다. 두서너 개는 아주 맛있게 먹지만, 네 개 정도에 가면 몸에 단팥 성분이 충분하게 느껴지고, 그 뒤로는 싫증을 내고야 만다. 두 번째 이유는 좀 더 간단하다. 나로서는 대체 어디에서 호두과자를 판매하는지 잘 모르겠다.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마닐라에 호두과자 전문판매점이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본 바 없다. 호피아(Hopia)처럼 판매점이 곳곳에 눈에 띄면 한 번씩 사 먹을 수도 있겠지만,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10년 가까이 필리핀에 생활하면서 호두과자를 딱 두 번 먹어 봤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20페소의 미친(mad) 페이스 쉴드로 부자가 되려면 "이제 곧 나도 부자가 될지 몰라!""어떻게?""페이스쉴드를 중국에 주문했어. 이달 말에 물건이 들어오면 잔뜩 팔아보려고 해." 서로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준지 4년인가 5년 만에 왕완딩 씨가 판매 품목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왕완딩 씨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리베르타드역 주변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가치담배나 신문, 탄산음료 그리고 핸드폰 로드 등을 파는데 그중에서도 잘 팔리는 것은 역시 담배이다. 하지만 담배는 이문이 많지 않으니, 소박한 좌판의 판매 품목에 페이스쉴드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고 하여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우거나, 콜라를 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왕완딩 씨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전과 똑같은 수입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플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라자다 쇼핑몰에서 테이블을 샀는데 의자가 온다면 오전부터 햇살이 거리를 한가득 점령하고는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바람이 잘 부는 바닷가에 앉아 있어도 시원찮을 날에 태양이 작열하는 도로 위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간 까닭은 테이블 때문이었다. 라자다 쇼핑몰에서 접이식 테이블을 하나 주문했는데, 난데없이 의자가 배달이 온 것이다. 판매자가 물건을 잘못 보냈으면 의당 다시 택배 기사를 보내 수거를 해가야 할 터인데 싶지만, 필리핀에 그런 서비스 정신이 있을 리가 없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라자다에서는 구매자가 직접 LBC 사무실에 가서 택배로 환불 물건을 판매자에게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다. 부피가 큰 데다 무겁기까지 한 의자를 가지고 LBC 사무실까지 걸어야 할 것을 생각해보면 '미안하기는 하지만'이라는 단어가 전혀 미안하게 들리지 않지만,..
[필리핀 마닐라] 서른아홉 개의 오이와 목욕탕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해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최근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배달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삶이 참 퍽퍽했으리라는 것, 그리고 배달하는 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물건 주문 시 단위 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소한 이야기 하나.오이 다섯 개를 주문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채소 가게에서 오이 5kg을 보내왔다. 주문 내역서를 보니 5개라고 적은 것이 틀림없는데 보내온 영수증에는 5kg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물건을 챙겨 넣는 분이 잠깐 착각을 하신 듯했다. 나는 불량품을 받아도 환불하러 가기보다는 불량품의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종류의 인간이라서 채소 가게 꾸야를 다시 부를 의지 따위는 전혀 없지만..
[필리핀 보라카이] 코로나19로 인한 2,739억 원의 손해와 266명의 방문객 필리핀 서비사야스 지방에 있는 아클란 지방(Aklan province)은 파나이 섬의 그 어떤 곳보다 수입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 수입의 대부분은 길이 12km의 보라카이 섬(Boracay)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서 온다. 1521년에 마젤란이 사마르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보라카이에는 약 백 명의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고 염소를 키우면서 살고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인공적인 불빛 대신 별빛만 가득하던 이 작은 섬을 스페인 사람들은 부라카이(Buracay)라고 불렀다. 한적하던 부라카이(Buracay)가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히게 된 것은 불과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유럽 사람들에게 세계의 최고의 해변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보라카이 섬은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다. 전기와 수도 시설이 생겼고, 호텔이며 ..
필리핀 적십자사, 인구의 13% 검사를 목표로 보라카이 등에 코로나19 검사실 운영 예정 필리핀에는 7,640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모든 섬을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7천 개가 넘는 섬 중에서도 5천 개는 무인도라고 하는데 이름도 없는 섬이 수천 개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섬이라고 하면 단연 보라카이가 된다. 보라카이는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들에게도 휴양지로 인기가 좋아서 일 년 내내 여행객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보라카이 섬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올해 2월 보라카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대략 4만 명으로 지난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라카이 섬사람들이 얻는 수입의 상당수가 한국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9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면 전체 826만 명 중 한국인 수가 198만 명에 이른다. 필리..
[필리핀 보라카이] 관광객 방문을 허용하자마자 보라카이에 전해진 코로나19 확진자 소식 오늘 보라카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것은 서부 비사야 지방의 소방국(BFP-Bureau of Fire Protection) 직원 중 한 명이 해고당했다는 뉴스였다. 소방국 직원의 해고가 큰 뉴스거리가 된 것은 그녀가 지난주 보라카이를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라카이 여행을 간 것이야 개인 자유이지만, 여행객이 코로나 19 확진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지난주만 해도 보라카이 여행이 금지되어 있던 시기였다. 사람들을 허탈하게 한 것은 이 소방국(BFP) 직원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은 뒤 검사 결과를 통보받기 전에 보라카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아클란주 말레이타운(Malay town) 시장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필리핀 보라카이] 오늘부터 내국인 관광객 방문 허용 보라카이에서 재개장을 준비한다고 하더니, 드디어 오늘(6월 16일)부터 관광객의 방문을 허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라카이에서 생각하는 손님은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 여행객이 아니다. 필리핀 정부의 '외국인 비자발급 및 무비자 입국 중단 정책'은 여전히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으며, 언제 입국을 허용할지는 묘연한 상태이다. 현재 보라카이에는 한 달 이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지역 경제를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인근 지역에 사는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방문을 허용한다고 보면 된다. 아직 필리핀 민간항공청(CAAP)에서 칼리보 국제공항이나 카티클란 공항에 대한 항공기의 상업적 운항(Commercial Flight)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보라카이행 국내선 비행기에..
[필리핀 세부] 자전거 등록제와 수수료 40페소 그렇지 않아도 살기가 고단한 요즘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피곤한 소식은 줄어들지 않는다. 어제 세부시티(Cebu City)에서 화제가 된 것은 자전거 관련된 교통 정책이었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할까.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으나, 대체 어떤 분이신지 제안자의 얼굴이 보고 싶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 거론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최근 필리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지프니가 운행되지 않는 상황이라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난 것은 당연했다. 예전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힘드니 자전거라도 타겠다고 나선 이 시국에 세부교통국(Cebu City Transportation Office)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자전거 등록이라는 것이었다. 코..
[필리핀 마닐라 생활] 도넛과 바꿔 먹는 닭고기 티놀라(Tinola) ▲ 팍시우(Paksiw) 후덥지근한 저녁이었지만, 내 체온은 36도였다. 체온계를 받아들고 가드 아저씨 체온을 재면서 체온계가 고장이 나지 않았음에 안심했다. 가드 아저씨들이야 위에서 시키는 것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34의 숫자가 찍히는 체온계를 내 이마에 가져다 대고 있는 것을 보면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형식적인 절차가 방역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어쨌든, 지금은 정상적인 체온계를 손에 들었고, 모두 정상 체온이 나왔으니 오늘 저녁 아저씨들의 저녁 식사메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로 했다. 요즘 내 주요 관심사는 두 가지. 배달 음식과 가드 아저씨들의 저녁 식사 메뉴이다. 코로나19 덕분에 가드 아저씨들이 직접 밥을 해서 먹는다는 것을 알았는데, 제법 요리 ..
[필리핀 바탕가스 여행] 빈토르와 여섯 마리의 새끼돼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있었지만, 물이라고는 한줄기도 보기 힘든 척박한 야산이었다. 3월의 뜨거운 바람이 산자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직 점심때도 되지 않았건만, 더위조차 나무 그늘로 숨어들고 있었다. 되도록 그늘로 걸었지만 이내 온몸에 땀이 흘렀다. 그래도 예전보다 길이 좀 더 길답게 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의 발자국이 만든 길은 좁아도 단단했다. 게다가 산꼭대기에 사는 누군가 이 산자락 틈으로 수도관을 연결해 놓고 있었다. 값싼 재질의 푸른색 수도관이 내게 훌륭한 길 안내자가 되었다. 몇 번이나 발걸음한 산길이라 해도 내 기억력이란 신통하지 못했다. 갈림길에서 잠깐 방향을 잃었지만, 수도관을 따라가면 되었다. 길을 안다고 해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걷기는 확실히 더운 날이었다. 발가락..
[필리핀 마닐라] 말라떼 다이아몬드 호텔에서 엔사이마다를 온라인 주문받는 세상 마닐라에 있는 고급호텔 대부분을 후줄근한 모습으로 자전거를 질질 끌고 돌아다녀 봐서 하는 이야기지만, 말라떼에 있는 다이아몬드 호텔(Diamond Hotel)만큼 옷차림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호텔도 드물다. 레스토랑 직원들도 그렇지만, 주차장 가드 아저씨들은 정말 보기 드물게 친절하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가서 자전거를 어디 세우면 좋으냐고 물어봐도 당황하지 않고 매우 침착한 모습으로 안내해주는데, 자전거를 세우기 좋은 장소까지 직접 데려다주고 안전장치를 해두었는지 세심하게 물어봐 주기도 한다.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내게 건물 안에 들어가면 에어컨이 나와서 시원할 것이라는 귀한 정보까지 주는 것이 고마워서 음료수를 한 병씩 사다 주었더니, 세상 행복한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기도 한다. 퉁명..
[필리핀 마닐라] 파식 시장 비코 소토와 오토바이 트라이시클(Tricycle) 위기는 기회라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탁월한 정치 수완을 보여주는 기회로 만든 사람은 바로 파식(Pasig) 의 시장 비코 소토(Vico Sotto)이다. 필리핀의 유명 코미디언 빅 소토(Vic Sotto)와 배우 코니 레예스(Coney Reyes) 사이에서 태어난 비코 소토는 파식(파시그)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 시장(mayor)에 출마하여 메트로 마닐라 지역 내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터라 비로 소토의 정치 성과에 대해 평가를 하기란 어렵지만, 비코 소토가 다른 어떤 시장보다 서민들 편에 서서 소통하는 정치를 보여주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파식(파시그)로 이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농담..
[필리핀 민다나오] 레즈비언 무슬림 레이가 사는 세상 "납치범들에게 돈을 주고 마닐라로 돌아왔는데, 한 달 뒤에 A를 감시했던 청년에게서 연락이 왔었대. 근데 그 이유가 뭔 줄 알아?""왜요?""핸드폰 로드가 없다고 좀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잖아?" 친구 A가 민다나오를 방문하여 괴한으로부터 납치를 당했다가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띠따는 웃고 있었다. 마약이니 납치니 하는 것을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나로서는 친구의 납치 이야기가 이렇게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띠따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인 데다가 납치를 당했어도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히 풀려났으니 그 후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웃음을 가득 머금고 띠따가 강조한 것은 띠따의 친구 A가 보통 사람과 좀 다른 특별한 사람이..
[필리핀 마닐라 생활] 루프물 영화의 거북이 형 어제와 비슷한, 아니, 지난주 또는 지난달과 비슷한 아침이었다. 요즘 나의 아침은 이불을 개키고, 형(거북이 이름)의 물을 갈아주면서 시작된다. 오후가 되면 너무나 더워서 형 옆에 앉아 있는 것조차 곤혹스럽게 여겨지곤 했으니 손가락도 움직이기 귀찮은 마음이 들기 전에 청소며 빨래를 말끔히 해두어야만 했다. 코로나19와 더운 날씨가 합세하여 나를 매우 규칙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똑같으니 흡사 '사랑의 블랙홀'과 같은 루프물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지만, 재미없는 영화도 끝은 있는 법이라고 적당히 생각하기로 했다. 며칠 분량의 영화인지 확인은 어렵지만, 요즘 내가 찍고 있는 이 지루한 영화에도 엔딩 크레딧이 있을 터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불평분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투덜대기 쉬운 상황..
[필리핀 마닐라 생활] 코로나19 시대, 나만의 특별한 배달원 "토요일에는 시장에 가보고 에스파다(갈치)를 사다 줄게!"일전에 사 온 바나나는 너무 작아서 세 개씩 먹어야 했다고 알려주고 커다란 바나나를 사달라고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요즘과 같은 때에 시장에 큰 바나나가 있으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왕완딩 씨가 내게 내민 것은 정말 커다란 바나나였다.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크고 싱싱한 바나나를 어디서 구했을까, 바나나 꾸러미를 내미는 왕완딩 씨의 얼굴에는 성공적으로 바나나를 사 온 안겨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비싸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기가 바나나값을 올린 것도 아니건만, 바나나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하지만 왕완딩 씨가 시장의 과일 좌판을 모두 돌아보고 품질이며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했음..
[필리핀 민다나오] 이슬람 반군 - 모로민족해방전선과 아부 사야프 그룹 민나다오의 이슬람교계 분리독립무장집단(이슬람 반군단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면,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슬람 세력의 분리독립을 주도한 단체가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하나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안에서 생겨난 내부갈등은 민다나오의 모로족을 여러 개의 분파 조직으로 나누어지게 했다. 내분으로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아부사야프그룹(ASG), 마우테 그룹(Maute Group), 방사모로이슬람자유운동(BIFM), 방사모로이슬람자유전사단(BIFF) 등등 여러 반군 분파들이 생겨났으니, 과연 누가 이슬람 분리독립의 주도권을 잡게 되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활동했던, 혹은 활동 중인 무슬림 단체(이슬람 정치조직)는 아래와 같다..
[필리핀 민다나오] 두테르테 대통령과 방사모로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BARMM) 1990년,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가 공식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ARMM의 출범이 민다나오 지역에 평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무슬림 전체가 합의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자치구였다. ARMM 자치구 운영은 모로민족해방전선(MNLF)에서 주도했는데, 이 모로민족해방전선은 타우숙족(Tau Sug)의 원주민이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형편이었다. 마긴다나오족(Maguindanao) 중심의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에서 ARMM의 운영을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 지도층의 운영 미숙과 부정부패도 큰 문제였다. 게다가 아부 사야프 그룹(ASG)과 마우테 그룹(Maute Group)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
[필리핀 생활] 왜 필리핀 무슬림은 4월 24일부터 이슬람 라마단 기간을 시작할까 오늘 필리핀의 라마단 기간이 시작되었다. 라마단(Ramadan)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그리고 이 더운 달에 무슬림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는 순간까지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흡연이나 성관계, 음주 등도 자제해야 한다. 아주 엄격하게 라마단 기간을 보내는 곳에서는 물조차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4~5월 사이가 가장 더운 시기인지라 물을 마시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듯하다. 오늘만 해도 민다나오섬에 있는 코타바토 시(Cotabato City)의 체감온도가 44도에 달했다고 하는 형편인데, 5월이 되면 점점 더 더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아무리 라마단 기간이라고 해도 물 마시는 것까지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이지만 인구의 6%는 이슬람..
[필리핀 민다나오] 평화로의 첫걸음,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 필리핀에서도 어느 지역이 가장 빈곤한지 알고 싶다면 필리핀 통계청(PSA)에서 3년마다 진행하는 빈곤 발생률 조사(FIES)를 보면 된다. 이 조사를 보면 가족의 수입과 지출 현황을 지역별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 가장 가난한지 보기 위해 굳이 2018년에 나온 최신 통계 자료를 볼 필요는 없다. 어느 조사 시기의 자료를 봐도 가장 빈곤한 지역은 민다나오의 이슬람 자치 구역으로 나타난다. 메트로 마닐라 지역과 비교하여 수입이 삼 분의 일 정도인데, 상당수가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빈곤 상태라고 보고된다. 이슬람 자치구 다음으로는 동부 비사야 지방과 잠보앙가 반도, 비콜, 소크사르젠, 카라가, 북부 민다나오 지방 순으로 빈곤하다고 나타나는데, 민다나오의 6개 지방(Region)는 다바오..
[필리핀 민다나오] 가톨릭 국가에 사는 606만 명의 무슬림 민다나오에 있는 도시들의 이름이 매우 낯설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민다나오 지역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열대과일도 매우 가격이 싸지만, 다바오(Davao City)와 카가얀데오로(Cagayan de Oro)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외교부의 여행 금지 구역이기 때문에 여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잠보앙가와 술루 군도, 바실란섬, 타위타위 군도 쪽은 외교부의 허가 없이 여행을 다니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외교부에서 민다나오 쪽에 대해 여행을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슬람 반군 문제로 치안이 불안하여 외국인 납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력의 분리독립 요구로 인한 오랜 내전은 민다나오를 필리핀 현지인들조차 방문을 꺼리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민다나오에 사는 한국..
[필리핀 민다나오] 하리본 독수리와 호수가 많은 땅의 모로족(Moro people)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일까? 정답은 민다나오 섬에 있는 아포산(Mountain Apo)이다. '모든 산의 아버지'라는 애칭을 가진 아포산은 해발 고도 2,954m를 자랑하는 활화산이다. 원래 4,000m도 넘는 높은 산이었지만 화산 폭발로 키가 작아졌다나. 그래도 여전히 필리핀 최고봉이며,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있는 키나발루산(4,101m)에 이어 남아시아에서 둘째로 높은 산이다. 그런데 백두산 장군봉(2,750m)보다도 높은 이 산에 원주민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아포산은 필리핀 독수리(Philippine Eagle)의 주요 서식지이다. 하리본(Haribon)이라고 불리는 이 독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로 알려진 독수리로 몸길이가 1m 이상 된다는 아주 커다란 독수리이다. 민다나오 섬에..
[필리핀 마닐라 생활] 커다란 소시지 대신 녀석이 고른 것 "케첩이 문 옆에 떨어졌어!""괜찮아요. 난 케첩 안 좋아해요!" 상당히 주관이 뚜렷한 녀석이었다. 이렇게 주관이 뚜렷한 녀석에게 타깃이 되면 도무지 헤어날 방법이 없다. 편의점에는 손님이 세 명이나 있었지만, 녀석은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동전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봤지만, 아침부터 굶어서 배가 고프다나 어쨌다나.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 벼르고 벼르다 편의점에 나온 것인데 이래서야 물건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아이에게 지금 동전이 하나도 없으니 일단 저쪽으로 좀 가 있으라고 이야기한 뒤에야 맥주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럭저럭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면서 편의점 직원에게 소시지와 밥을 함께 주문했다. 그리고 소시지는 꼬마 녀석에게 주면 된다고 했더..
[필리핀 종교] 진짜 채찍과 진짜 못, 부활절 예수 십자가 처형 재연행사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실례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종교가 무엇인가 확인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가톨릭(천주교)이다. 신자가 무려 8,030만 명(79.5%)에 달한다. 통계 조사 당시 필리핀 인구는 약 1억 97만 명 정도였으니, 열에 여덟은 가톨릭을 믿는 셈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두 번째로 많이 믿는 종교는 개신교라고 하는데, 대략 9%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는 그 종파가 매우 복잡하다.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약 266만 명), 복음주의교회협의회(약 244만 명), 비로마카톨릭(114만 명),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79만 명), 아글리파이..
[필리핀 마닐라 생활] 뚜레쥬르 빵집의 돌덩이 바게트 한때는 삼시 세끼 빵만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입맛이란 바뀌기 마련이다. 소맷자락 가득 흰색 밀가루를 휘날리며 베이킹을 배웠을 정도로 빵을 퍽 좋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빵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너무 많은 빵을 사서 그런 것인지 혹은 둘 다 원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장보기에 있어 빵집 방문이 생략된 지 오래다. 타루칸 마을에 갈 때마다 동네 빵집 진열대에 놓인 빵을 죄다 사는 것은 삶의 작은 즐거움 중 하나이지만, 많이 사기만 할 뿐 내가 먹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으면서 마음이 좀 바뀌었다. 마우스를 들고 끄적끄적 지도를 그리는 것으로 하루를 소일하는지라 먹는 것 외에는 딱히 즐거울..
[필리핀 마닐라 생활] 꽈리고추와 멸치 나는 이색 퓨전 요리도 잘 먹는 편이지만, 내가 요리할 때만큼은 절대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내 손가락을 거쳐서 그럴싸한 퓨전 음식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요리학원에서 배웠던 것을 벗어나 색다른 재료를 넣어볼 생각은 감히 하지 않는다. 라면을 끓여도 포장지 조리예시에 적힌 것을 정확히 따르려고 노력하는 내게 꽈리고추 한 봉지는 꽤 버거운 존재였다. 제주상회의 배달하는 꾸야가 덤이라면서 건네준 비닐봉지에는 녹색의 꽈리고추가 가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장 가기가 어려워진 요즘과 같은 시기에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봉지를 펼치니 풀 냄새 비슷한 향긋한 냄새가 가득 느껴진다. 하지만 대체 이 쭈글쭈글한 풋고추를 어떻게 먹어야만 한단 말인가..
[필리핀 마닐라 생활] 뎅기열과 코로나19 반은 강제적으로 또 반은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를 한 지 14일째. 메트로 마닐라에 봉쇄 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두문불출하였으니 실제적으로는 좀 더 오래되었겠지만, 언제부터 외출을 못 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계산해봤자 마음만 뒤숭숭해질 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유머와 긍정성이라고 했으니, 힘든 시간이 절반은 지났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뎅기열에 걸려서 무척이나 고생한 적이 있다.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하여 걸리는데, 이 병이 나면 고열과 함께 근육통이나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몸살감기 비슷한 증상을 보여서 초반에는 감기에 걸렸다는 착각을 하게 하지만, 온몸에 열이 나고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감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온몸에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