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필리핀 구석구석/메트로 마닐라

(51)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만성절 마닐라 사우스 묘지 풍경 필리핀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하여서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종종 생긴다. 특히 장례문화에 대해서는 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잔뜩이다. 고인 또는 유가족의 취향에 따라 무덤의 색을 어여쁘게 칠하고, 비교적 덤덤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꽤 마음에 들지만 화장하고 나온 뼈를 기념품으로 가지고 간다거나, 무덤 위에 올라 장난을 치고 놀거나 잠을 자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묘지 주변까지 잔뜩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더욱더 이상하게 여겨진다. 아마도 내가 무덤 주변은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한다고 배운 한국인이라 그런 모양이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정도의 고민밖에 없는 만성절 오후였다. 요즘 나는 필리핀 역사에 관한 ..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마닐라 보이' 아저씨가 파는 것 어릴 적 야바위 아저씨만 보면 좋아서 뛰어가던 꼬마였던 나는 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그 버릇을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눈길을 끄는 것을 만나면 꼭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내가 대체 어디로 가고 있었던지, 시간은 몇 시인지 그런 것은 까맣게 잊고야 만다. "너는 한국인이니? 나는 마닐라 보이(Manila Boy)야!"만성절이라고 마닐라의 사우스 묘지(Manila South Cemetery) 주변이 온통 잡상인 천지였다. 묘지에 갈 때 필요한 초와 꽃을 파는 사람보다 옷과 음식,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파는 상인이 더 많으니 흡사 야시장이라도 된 모양이다. 그런 혼잡한 길 한가운데서 아저씨가 뭔가 독특한 것을 팔고 있었으니 보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마닐라 보이"라고 소개..
[필리핀 마닐라] 두테르테 대통령과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핼러윈 소품 1994년 여름은 대한민국에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 최고 기온 38.4도라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는 기록이 있는 해이다. 그해 제프 베조스는 미국의 워싱턴주 시애틀에 회사를 하나 차렸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 아마존닷컴(Amazon.com)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파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아마존닷컴은 철저한 배송 시스템과 뛰어난 고객서비스로 닷컴버블(dot-com bubble)의 붕괴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의 창업주는 약 147조8000억 원(1310억 달러)이란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제프 베조스는 포브스가 발표한 부자 순위..
[필리핀 생활] 마닐라에서 집 밖에 빨래를 널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요? 앞으로 마닐라에서는 창문 밖으로 빨래를 넣지 말라고요?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Isko Moreno Domagoso)시장이 마닐라 시장(mayor)으로 취임한 뒤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일을 엄청나게 하더니 드디어 좀 이상해진 것 같다. 도시를 깨끗하고 질서 있게 만든다는 이유로 창문 밖이나 도로에 빨래를 거는 일을 금지하겠다고 나섰다니 하는 말이다. 빨래 말리기 딱 좋은 햇살을 자랑하는 필리핀에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오늘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월 18일에 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 시장이 이와 관련된 조례 Ordinance No. 8572 (Tapat Ko-Linis Ko Ordinance)에 서명한 상태라고 한다. 주거 및 상업 시설을 깨끗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야 누구나 찬성이겠지만,..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금요일 퇴근 시간에 LRT 지상철을 타는 일이란 슬금슬금 햇살이 그 기운을 잃어가더니, 마닐라에 저녁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이 말인즉, 차가 막히기 시작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최근 필리핀 신문에 등장한 기사에 따르면, 필리핀의 교통체증으로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연간 35억 페소(약 807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변변한 교통 인트라 없이 1,2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답게, 마닐라 사람들이 교통체증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9년이나 된다는 것이다. 40년 동안 경제활동을 한다고 전제하여서 하는 이야기라고 하니 경제활동 기간을 좀 길게 잡은 듯하지만, 절반이라고 생각해도 필리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고작 70여 년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하루 평균 1시간씩만 시간을 허비한다고 해도 그 손해란 대체 얼마란..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거울과 구슬 사이 - 디비소리아 재래시장(Divisoria Market)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려는 듯했지만 디비소리아 재래시장(Divisoria Market)까지 간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상당히 중요한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간 김에 해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 목적은 구슬 장난감을 사고, 디비소리아에 케이팝굿즈가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덜 중요한 쪽이 케이팝굿즈였다. 하지만 덜 중요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해외통신원 활동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매월 최소 2개 이상의 글을 써야만 하는데 한동안 아프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루칸 마을에 가지고 가는 물건을 사는 돈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받는 원고료로 충당하고 있는 터라, 부자가 된 기분으로 쇼핑을..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PNR 기차와 블루멘트릿 기차역 옆 재래시장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 그러니까 2007년도 1월에 미국에서 등장한 작은 물건이 있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히피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승려가 되려 했다던 남자,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나온 그것은 바로 아이폰이었다. 애플에서 내놓은 그 검은색의 작은 물건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였던 휴대전화를 생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물건이 세상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은 멋졌지만, 모든 것이 멋질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사람들 입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문제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중독이 마약 중독에 비견될 만큼 심각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핸드폰 없이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아진..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구야바노와 에스파다 갈치와 바나나 누가 무엇을 주든, 거절 따위는 거절한다는 것이 내 삶의 태도인데 내가 쓰지 않는다면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치없이 어떤 물건을 주어도 잘 받아온다. 그리고 가끔 이 삶의 태도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며칠 전은 나의 멋진 생일이었고, 나는 3년 전부터 타루칸 마을에서 나의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이 파티에는 시간과 돈이 좀 들지만, 마을 꼬마 녀석들이 한꺼번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니 그보다 호화로운 생일 파티가 없다. 생일이라고 선물도 들어오는데, 고구마와 바나나, 그리고 구야바노(Guyabano) 등이다. 마을 사람들의 방글방글 웃음과 함께 방금 밭에서 캐낸 듯한 싱싱한 고구마 한 보따리와 함께 초록의 구야바노 세 개를 선물을 받아들면 세상을 다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