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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

[필리핀 마닐라] 독특한 콜라겐 푸딩 일본식 샤브샤브 - 비진 나베 츠카다 노조(Bijin Nabe by Tsukada Nojo)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데, 공부보다는 동네 돌아다니기가 취미였던 터라 가끔, 때로는 종종 스스로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명이나 이름만 해도 그렇다. 대체 뭐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모르는 것을 묻기를 두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르는 채로 있는 것보다는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래서 어디 가서 그곳의 이름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묻는 것은 내 일상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Bijin Nabe by Tsukada Nojo'도 그렇다. 이 가게 이름을 놓고 대체 무엇이라고 읽어야 하는지 언뜻 발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충 확인해보니 '비진 나베 츠카다 노조' 정도로 발음되는 것 ..
[필리핀 피나투보 자유여행] 햇살을 사랑하는 초록 바나나 이 나이에 깨닫기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나는 늘 좀 느리게 깨닫는 편이라서 늦게라도 깨달으면 되었다, 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요즘 나는 자연의 신비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방 안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검은색만 슬금슬금 쌓이던 바나나였다. 타루칸 마을에서 받았을 때만 해도 진한 자연의 색으로 새벽녘의 차가움을 그대로 품고 있었는데, 바나나는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선명하고 어여쁜 초록색을 잃고 점점 시커멓게 변해버리고 있었다. 색깔이 미워진 바나나는 맛도 참 없었다. 아니, 맛이 없었다기보다는 먹지 못할 음식에 가까웠다. 익지 않은 야생의 바나나는 덜 익은 땡감보다도 떫었다. 어찌나 떫은맛인지 입안에 든 것을 황급히 뱉어내었을 정도이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못할 듯했다. ..
[필리핀 마닐라] 지금은 대왕카스테라 전성시대! -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익숙함은 낯섦보다 무서운 것이라서,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데 옳다 그르다는 판단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어만 해도 그렇다. 표준어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주꾸미는 쭈꾸미로 쓰고 싶고, 산미겔은 산미구엘로 적고 싶어진다. 카스텔라도 그중 하나인데, 맞춤법에 맞추려면 카스텔라로 적어야 하지만 어쩐지 카스테라라고 적고 싶어진다. 그런데 카스텔라의 이름의 어원이 좀 재밌다. 스페인 중부에 카스티야(Castilla)라는 지방이 있었는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동네에서 만든 과자를 칭하면서 "Pao de Castela(bread from the Castille라는 뜻)"이라고 지역명을 그대로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 재료는 비교적 간단한데 대..
[필리핀 마닐라] 괜찮은 대만음식점, 시린(SHI LIN) 필리핀 마닐라에서 괜찮은 대만음식점이라고 하면 '시린(SHI LIN)'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좀 좋아하는 집이기도 하다. 필리핀이 대만 입국 비자 면제 국가가 되면서 대만 여행을 다녀온 필리핀 사람이 늘어나고, 그와 함께 갑자기 대만 음식점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스린은 요즘처럼 대만 식당이 인기를 끌기 한참 전부터 문을 열고 장사를 해왔다. 그래서 마닐라의 베스트 대만 음식점을 선정할 때면 꼭 순위권 안에 드는 그런 곳인데 마카티를 비롯하여 알라방 타운센터, 비논도, 샹그릴라 플라자 등 메트로 마닐라 곳곳에 십여 개의 매장이 있다. 딘타이펑(Din Tai Fung)만큼 인기가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꾸준히 손님이 많은 레스토랑이다. 시린(SHI LIN)에서는 매우 다양한 대만 음식을 팔고 있고..
[필리핀 마닐라] 대만 사람들이 자주 가는 대만음식점, 보탄 버블티 카페(Botan Bubble Tea Cafe) 몇 년 전에 대만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지만, 가지고 간 돈의 대부분을 먹는 것으로 소진했다. 차비도 아끼고, 숙박비도 아끼고 모든 것을 아끼고 아껴서 절약한 돈으로 딤섬을 사 먹었다. 꽤 길었던 여행 기간 내내 하루라도 샤오롱바오를 먹지 않은 날이 없었을 싶을 정도로 샤오롱바오를 맛있있게 한다는 집을 찾아다녔는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대만 여행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다름 아닌 육우면이었다. 그것도 맛집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찾아가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공원 옆에 지나가다가 들어간 집이었다. 외국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동네 가게에 일하는 직원과 내가 대화가 될 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메뉴판마저 모두 낯선 글자이니, 미소 그리고 손짓과 발짓을 통해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걸 나도 먹고..
[필리핀 마닐라] 가격대비 어마어마한 양의 밀크티 - 팻푹키친(Fat Fook Kitchen) 오랫동안 신뢰해왔던 사람에게도 한순간에 실망감을 품게 되는 이 세상에서 130페소를 내고 밀크티 한 잔을 사면서 엄청난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3천 원을 지불했다고 하여서 무언가 엄청난 것이 받을 수 있다면 세상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품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무언가를 살 때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 마련이다. 마카티 그린벨트에 밀크티 맛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지만, 주말이라 그러는지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마셔보지 못하였으니 밀크티가 얼마나 맛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30분이나 투자할 만큼 굉장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0분 이내에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셔보기로 하고 재빨리 발걸음을 돌려 쇼핑몰 바깥으로 나가는데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밀크티 파는 곳..
[필리핀 마닐라] 사슴 디자인의 화려한 프리미엄 밀크티- 더앨리(The Alley) 가격 및 매장 위치 인스타그램은 하지도 않으면서 어쩐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좋을 것 같은 사진을 두 장이나 찍어놓고서야 컵에 빨대를 꽂았다. 나처럼 게으른 인간이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까지 또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 뻔하니, 인증샷을 찍고 싶었다. 다시 온다고 해도 아마도 한참은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밀크티 한 잔 먹겠다고 복잡한 쇼핑몰 안까지 들어가서 긴 줄은 서는 귀찮음도 때로는 즐거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재미를 느끼기를 원하는 편이고, 그래서 별것 아닌 활동에도 퍽 의미를 부여해놓는 편이다. 요즘의 나는 마닐라에서 밀크티가 유명하다는 곳은 모두 가서 맛보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다. 스테이크나 초밥을 놓고 모두 가서 맛보기를 하기란 어렵겠지만, 130페소 남짓인 밀크티라면 ..
[필리핀 마닐라] 샤오롱바오 딤섬 전문 맛집, 딘타이펑(Din Tai Fung) 가격 및 매장 위치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기술에 대해 대단히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기술이란 머리가 좋을뿐더러 끈기까지 있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눈썰미만 좋아도 손재주를 익힐 수 있지만, 그런 건 기술이라기보다는 잔재주 가깝다. 진짜 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니,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이를테면 중국식 만두 요리인 샤오롱바오만 해도 그렇다. 약간의 밀가루만을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부드러운 만두피를 만들어 내는지 볼 때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마닐라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딘타이펑에서는 조리실 벽을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샤오롱바오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샤오롱바오 만드는 것을 잠깐 구경하려..
[필리핀 클락 여행] 마닐라공항에서 클락공항(앙헬레스)까지 P2P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 마닐라공항에서 클락(앙헬레스)까지 공항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다는데, 대체 어디에서 어떤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일까?교통체증이 심하고 대중교통 시설이 열악한 곳이 필리핀이지만, 그래도 아주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도로 공사도 제법 많이 했고, 대중교통 노선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를 빠르게 연결하는 프리미엄 P2P 버스(Premium Point to Point Bus) 노선도 많이 늘었는데, 마닐라에서 클락(앙헬레스)로 가는 P2P 버스도 있다. 마닐라공항에서 클락(앙헬레스)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한다면, 터미널3 도착 층에서 노란색 공항버스 타는 곳 근처 BAY 14 기둥 주변에서 제네시스 회사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2017년 9월 말에 생긴 이 노선은..
[필리핀 클락 여행] 마닐라에서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 워터파크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마닐라에서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 워터파크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마닐라 공항에는 공항 쿠폰택시(Airport coupon taxi)를 타는 방법은 그랩(grab) 택시보다 이용료가 비싸다는 평가가 있어서 제외하였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클락 여행] 필리핀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을 제대로 이용하는 15가지 방법 ■ 택시마닐라에서 클락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 대략 4,000페소 전후한 가격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랩(grab) 택시 또는 일반 택시 둘 다 마찬가지이지만, 톨게이트 통행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택시비가 올라간다. 클락까지 3,000페소에 택시 기사와 흥정해서 갔다는 경우를 보기도 했지만..
[필리핀 클락 여행] 필리핀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을 제대로 이용하는 15가지 방법 필리핀 클락에는 아쿠아 플래닛(Aqua Planet)과 폰타나 워터 파크(Fontana's Water Theme Park), 두 개의 워터파크가 있지만,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하루 놀러 간다고 하면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누가 봐도 아쿠아 플래닛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필리핀 사람들을 우르르 초대하는 자리라서 입장료가 부담된다면 폰타나 쪽으로 가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쿠아 플래닛 쪽이 훨씬 낫다. 일단 규모가 큰 데다가, 시설이 매우 깨끗한 편이다. 입장료가 비싸서인지 지방에 있는 로컬 수영장만큼 사람들로 가득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넓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사람으로 북적대지 않는다. 워터 슬라이드 탑승 전 줄 서는 것에 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으니, 제법..
[필리핀 수빅 여행] 바다 위 튜브형 워터파크, 인플레이터블 아일랜드(Inflatable Island) 해상 놀이공원 그 누구보다도 자주 바다를 보러 가면서 이런 말을 하려면 좀 이상하지만, 개인적으로 '물놀이는 좀 별로이다'라는 쪽이라서 바다에 백 번 가면 한 번 정도 물속 풍경을 보는 정도이다. 나는 이런 물놀이 빈도에 대해 샤워가 귀찮다는 핑계를 대곤 하지만, 사실 이건 완벽한 핑계이고 그냥 물이 무섭기 때문이다. 이 나이가 되어 물이 무섭다고 이야기하면 좀 부끄럽기 때문에 그냥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말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물이 무척이나 무섭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머리가 띵해져 오고 심할 경우 호흡까지 어려워진다. 깊은 바다가 아니라 수영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수리가오(Surigao) 바다 만큼은 산호의 속살이 훤히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아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맛집 - 로시니 이탈리안 레스토랑(Rossini Ristorante Italiano)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쇼핑몰 안에는 필리핀에서 유명하다는 맛집 체인점은 거의 다 입점하여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지만, 1,300여 개의 소매점과 함께 400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있다는 쇼핑몰답게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식사 시간에 좀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보려면 웨이팅 대기를 걸어두고도 한참을 문밖에서 서성이기 일쑤이다. 몰 오브 아시아에서 쇼핑을 하다가 식사 때가 되었는데 북적이는 것이 딱 질색이라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 바로 옆에 있는 에스메이슨(S MAISON) 쇼핑몰에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보다 콘래드 호텔 쪽에 있는 에스메이슨 쇼핑몰에서 식사하기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좀 더 조용하..
[필리핀 마닐라] 1979년에 문을 연 파레스 맛집, 조나스 파레스(Jonas Pares) 여행지라면 모를까, 필리핀 사람들에게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것은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맛에 대한 부분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분위기나 서비스, 가격에 대한 것까지 기준이 서로 다르므로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맛있으니 꼭 한번 가보라는 이야기는 듣고 잔뜩 기대하였다가 실망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필리핀 사람들이 "맛있다."라는 이야기를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건 필리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것도, 혹은 내가 너무 큰 기대감을 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 입맛이 다른 것이다. 하긴, 생일이면 잡채를 먹었던 내 입맛과 판싯칸톤(PANCIT CANTON) 누들을 먹었던 필리핀 사람의 입맛이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물론 필리핀 사람 이야기라고 해서 모..
[필리핀 루손섬 여행] 누에바 에시하, 판타방간 댐(Pantabangan Dam)을 지키는 사나이 일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아주 만족할 수도, 혹은 아주 불행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잠시만 만족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했다. 어쩌면 꽤 오래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소일거리를 준비해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라디오보다 책이 나을 것 같았다. 크기도 혹은 작지도 않은 나무였다. 그런 나무가 평범한 모습으로 쭉 늘어서 있는 평범한 시골길이었다. 염소 한 무리와 카라바오 소 한 마리를 보았을 뿐, 마땅히 시선을 두고 기억할만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판타방간 댐까지 가는 길은 거리가 꽤 되었지만, 가는 동안 크게 기억에 남을 일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그런데 댐의 시설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았다. 댐 위로 보이는 호수의 풍경이 꽤 근사하기도 하여서 일부러 ..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조선 최초의 천주교 신부, 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Bulacan’s Korean Temple)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그려진 것은 머리에 갓을 쓴 조선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기도하는 듯 두 손은 가지런하게 모여 있다. 필리핀에 있는 성당 안 스테인드글라스에 조선 사람이 그려진 것이 신기하여 넋을 잃고 보다가 비가 후두둑 떨어지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그만 떠나려는데 성당 앞마당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뭔가 이야기를 해오셨다. 타갈로그어라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눈치가 아무도 없는데 왜 빈 성당 안에 들어가 있느냐는 것인가 싶다. 성당을 구경 온 한국인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해 주시면서 "안드류 킴(Andrew Kim)"을 보러 왔느냐고 물으신다. 필리핀 사람들이 알파벳 에이(A)를 '아'로 발음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주머니의 안드류 발음은 유독 또렷했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나..
[필리핀 마닐라 여행] 불라칸 신공항과 페디캅, 우기 도로 침수 유난히 페디캅(Pedicab)이 많은 동네였다. 필리핀 시골로 가면 동네 골목이 좁고 기름값이 비싼 경우 트라이시클 없이 페디캅만 잔뜩인 동네를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메트로 마닐라 도심에서 갓 벗어난 동네에 이렇게나 페디캅이 많으니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이곳의 페디캅 자전거는 다른 지역과 모양이 조금 달랐다. 일단 차선 하나를 오롯이 차지해야 할 만큼 크기가 컸다. 그리고 운전기사 옆에 만든 승객용 자리는 두 명이 앉아도 부족함이 없게끔 넓어 보였다. 좌석 아래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 물건을 잔뜩 들고 타도 편할 듯 보였다. 자전거 앞쪽까지 튼튼하게 보이는 봉을 만들어서 비닐봉지며 우산 등을 걸 수 있게끔 해두었는데 주인 취향에 따라 백미러 거울이니 장식을 달아 놓아서 개성이 넘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소문과는 다르게 별 다섯 개.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그렇다. 거북이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에게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매우 사소한 것이 결정 요인이 된다. 꼼꼼하게 이런저런 것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머리에서는 알지만, 머리보다는 마음 쪽의 지분이 더 크다. 그래서 무언가를 결정하면서 현재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하는 일에서도 그런 사소함이 우선시 되니 아쉬운 일이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하였다고 획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나는 현재의 만족감이 모여서 인생 전체의 만족감이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멀리..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로컬 스타일의 소풍 장소, 와와 댐(Wawa Dam)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여행객을 둘로 나눈다면 이동하는 과정을 즐기는 쪽과 이동하는 과정을 싫어하는 쪽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전자에 속하는 인간이라서 여행 중 어딘가 새로운 장소로 가는 것 자체를 무척 좋아한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실망하는 일도 많지만,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가는 과정은 늘 흥미롭게만 여겨진다. 그래서 배를 며칠 타고, 버스를 열 시간 넘게 타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건만, 라 메사 워터쉐드(La Mesa Watershed)를 지나 마리키나 강을 따라서 형성된 로드리게스(Rodriguez) 마을은 좀 지루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재래시장이며 은행 등이 모여 있는 마을 중심가를 지난 지 제법 되었는데도 한적한..
[필리핀 생활] 마닐라에서 캐리어 에어컨을 수리받는 일이란 한국에서 살아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지만, 필리핀에서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치는 일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 된다.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내 사용 방법의 문제인지 물건이 자주 고장 나는데, 고쳐 쓰려고 해도 쉽지 않다. 카메라 수리에 반년이 넘게 걸릴 정도이니, 제조회사와 고객 중 누가 더 느긋한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긴,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믹서기가 고장이 나서 필립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산타 크루즈(Santa Cruz)에 있는 수리점에 방문하면 고칠 수 있다고 알려주기에 두 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지난 달에 수리점이 폐업했다는 소리를 듣고 울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배낭 속에 든 믹서기의 묵직함을 느끼면서 필립스에 다시 전화해서 수리점 자리에 빨래방이 ..